목포대·순천대, 의대소재지 또 대립…갈등 해결 2년간 '공전'
양 대학, 통합 과정서 서로 의대 요구…통합 차질 우려
전남도, '尹 정부' 때부터 의대 소재지 결정 미뤄…'논란 회피' 지적
양 대학 의대 문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주청사 문제 '연상' 평가도
대학 통합·국립의대 신설 업무협약 [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순천·무안=연합뉴스) 형민우 손상원 기자 = 의과대학 신설을 전제로 통합을 추진하는 국립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의대 소재지를 놓고 다시 대립하고 있다.
의대 소재지를 어디(목포 또는 순천)에 정하느냐는 대학병원까지 연동해 파급력을 키울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양보나 타협이 쉽지 않아 전남 동서부권 갈등으로 통합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간 전남도의 '의대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1일 목포대와 순천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양 대학의 통합 신청서 제출 준비 과정에서 대학본부의 위치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대학은 지난해 말 전남도와 3자 업무협약에서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분리 배치하기로 했다.
대학본부 소재지가 아닌 곳이 의대 소재지가 되는 셈인데, 양측은 대학본부를 서로 미루고 있다.
의대 소재지에는 대학병원이 들어설 가능성도 훨씬 커져 의대 선호는 더욱 뚜렷해진다.
전남도는 의대 위치와 무관하게 목포와 순천에 각각 국립대 병원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수천억원 예산 등 현실을 고려하면 자칫 한쪽에만 신설하게 되는 경우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 대학 총장은 조만간 만나 배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 대학은 의대 소재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에서 실사를 거쳐 어느 한 곳을 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학 내부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순천 광양 곡성 구례갑) 의원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순천과 목포 중 어느 한 곳에만 의대가 설립되면 탈락한 지역의 의료 공백 해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립의대 50명, 공공의대 50명으로 정원을 분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실상 각기 다른 성격의 2개 의대를 통합 대학에 설립하기까지 필요한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의대를 두고 있는 대학들은 한 개의 의대를 하나의 소재지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대 의과대학은 전남 화순군에, 조선대 의과대학은 광주광역시 동구에 두고 있지, 각기 다른 지역에 두 개 의대를 두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연세대 의과대학과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은 별도 정원과 의대학장을 두고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목포대와 순천대가 의대 소재지를 두고 대립하게 된 시점은 지난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4년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도를 찾아 김영록 전남지사의 건의에 따라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이에 전남도는 국립 의대 신설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애초 '통합의대'를 추진했다가 여의치 않자 예산 10억원을 들여 공모를 통한 '단독의대'로 선회했지만, 순천 지역사회에서 불공정 우려가 제기되자 방침을 철회했다.
다시 두 대학에서 각자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공동의대' 방식이 언급되다가 돌고 돌아 '통합의대'로 방향이 설정됐다.
일관성은 차치하고 그동안 과정에서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의대 소재지'라는 본질을 회피하다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관계자는 "전남도가 2년 전 일시적인 욕을 얻어먹더라도 의대 소재지를 결정해줬어야 했다"며 "이제는 교육부가 실사를 통해 의대 소재지를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광주지역 언론사 사장·본부장들과 간담회에서 "전남 국립의대 신설 문제는 작년(2024년)에 전남도가 (하나의 대학을) 선정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전남도는 여전히 선(先) 통합 추진 기조를 보인다.
도는 최근 양 대학과 가진 회의에서 대학 통합을 성사시킨 뒤에 다시 대학본부와 의대 소재지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예산·행정 권한 등을 고려하면 대학본부가 의대보다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추후 변경 가능성까지 고려해 두 대학에서 대학본부 소재지 등을 서둘러 결정해 대학 통합 절차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대 소재지 경쟁은 신속한 통합 추진을 위해 '균형 운영'이라는 모호한 원칙으로 논란을 미뤄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주청사 문제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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